2022년까지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줜님 2020. 5. 24. 03:32

 

세상이 우한 폐렴으로 미쳐 돌아가는 실정이었으나 주말 내내 죽치고 방콕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블로깅을 하려면 어디론가 나가야 했다.

 

나가서 피톤치드를 코로 마음껏 흡입하고, 알록달록 푸르름의 빛깔을 살아있는 두 눈으로 담아내며, 활기에 찬 사람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는 수고를 누려야 비로소 세상을 글로서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목적지로 나는 인사동을 택했다.

 

르네 마그리트의 아트전시 특별전이 센트럴 안국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안녕 인사동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합몰답게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정말 다양했다. 오후 3시쯤 관람인파가 많아진다는 사전 정보에 오전 11시에 도착해서 특별전에 입장했다.

 

방문하기 전 위키백과에서 르네 관련 정보를 봤었기에 관람내내 그의 작품들이 낯설지 않았다.

 

입장할 때 나눠주는 팸플릿에 보면, 「사물이 지닌 고유한 의미의 틀에서 벗어나 상식에 도전하는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평범한 사물들을 불편하고 낯선 환경 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와 배치하면서 말과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대상들의 예기치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는 기법」 뮤지엄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중절모와 과일, 르네 본인을 상징하는 듯한 신사, 구름이 보인다.

 

“인사이드 마그리트” 라는 다큐도 뮤지엄 내부에서 방영하고 있었는데, 그의 작품 경매 시작가는 평균 450만 달러.

그의 그림 한 점만 소장했어도 거의 로또 수준.

전시품목들 중에는 개인 소장이 꽤 있었다. 체스를 즐겨했다는 르네.

사람들과 체스하기를 좋아했고 내기를 해서 상대가 이기면 돈을 주면서 자신의 그림 한점도 서비스로 주려했다는데, 받아가지 않았던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라고.

르네는 대중들로부터 인기가 없을 때도 불안해했으나, 56세에 브뤼셀 전시회에서 성공을 거두어 명성이 하늘을 찔렀던 시기에도 그는 여전히 불안해했다고.

성공과 명예, 부를 얻으면 나태해지기 마련인데, 르네는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과 야망이 컸기에 불안으로 자신을 채찍질한 것 같다.

 

르네를 검색하면 나오는 대표적인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이미지일뿐 아무도 이것으로 담배를 피울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마그리트.

대중에겐 당연한 말인데도 뭔가 작품속에 메시지를 담아내야 하는 작가들의 사명이랄까

벽에 붙인 바나나도 예술작품이 되는 마당에 파이프 하나 그려놓고 이미지를 현실이 아닌 환상이며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나란히 있는 혹은 키스를 나누고 있는 작품

강에 빠져 자살한 어머니의 시신을 찾았을 때 어머니의 얼굴이 잠옷으로 덮여있었고 그 순간을 영감으로 풀어내었다는 해석, 연인 사이에서도 자신의 모든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는 해석, 주인공이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 소설 기법에서 차용했다는 해석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이 보장된 남녀가 서로 얼굴을 베일에 가리고 침실 안에서 몸을 겹치고 격렬하게 애무하는 장면이 내 전두엽을 자극한다. 야릇한 상상이 내 온몸을 뜨겁게 달굴 만큼 볼수록 빠져드는 작품이다.

 

입술을 부풀리고 사람들 간의 접촉면을 이질스럽게 교차 왜곡하여, 기근에 허덕임을 식인으로서의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폐허로 수백만명의 노숙자가 양산되고 경제가 붕괴했으며 유럽 내 많은 산업 인프라가 파괴된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기근은 가장 큰 사회적 문제였을 것이다.

 

좌에서 우로 갈수록 개선이 된다는 의미인 건가?

타월을 엉덩이 아래 걸치고 한 명은 새를 손등에 올리고, 한명은 꽃 한 송이를 들고 메시지를 찾아내는 건 관람객의 몫이겠지만 어떤 의미의 개선인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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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작품 다수

사랑하는 여인을 붓 터치로 그려낼 수 있다면 나는 단연코.. 

영화 돌연변이 모티프가 되었다는 상반신은 생선, 하반신은 인간. 

당근 와인?? 녹색 캐릭터는 피노키오인가.. 거짓말을 못하는 인간? 

가면을 쓴 과일, 나무속에 자리 잡은 구면체와 집, 

이상에 물든 상반신과 현실에 찌든 하반신

 

어두운 조명 아래 음악에 어우러진 르네의 작품들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연출했다.

이런 스크린들이 방 사방에 부착되어 있으면 나름 힐링될 거 같다.

조명이 어두워 많은 연인들이 군데군데 배치된 긴 의자 위에 서로 몸을 밀착시키고 사랑의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혼자 온 사람들은 각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거나 열심히 영상을 녹화하거나 영상을 지그시 바라보며 몰입하기도 했다.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라는 새로운 작품 연출 시도 또한 무척 독특해 보였다.

 

볼거리가 풍부해서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었다.

작품 전시회 치고는 꽤 퀄리티 있고 색다른 체험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본다.

근사한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고, 르네 작품들을 특정 상품들에 녹여 판매하는 섹션도 있었다.

엽서나 우산, 배지, 노트 등 판매 목록도 다양했다.

함께할 연인이 있다면 재방문의 매력도 있을 것 같다.

[ 리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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